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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하다

아몰랑 자전거 타기 "환자분, 왜 혼자 왔어요?" 코 때문에 찾은 병원에서 의사가 내게 건넨 첫 마디가 그거였다. 달리 돌려보낼 말이 없어 "네!?"라고 질문과 대답의 중간 어디쯤으로 대답하니 "보호자가 같이 들어야 하는데"라며 말 끝을 흐린다. 속으로 생각했다. "어랏. 이거 드라마에서 많이 본 상황인데..." 혈압약을 먹어야 할 정도로 수치가 높았다. 하긴 병원에 도착해 재본 혈압 수치가 한번도 본 적이 없는 숫자라 다섯 번을 다시 재어보긴 했다. 웃을 수만은 없지만 잴 때마다 숫자는 자꾸만 끝모르고 올라가 연차가 좀 돼 보이는 간호사에게 혈압측정기가 고장난 건 아니냐고 물었다가 애먼 눈총을 받았던 터였다. 집으로 돌아오자마자 산지 5년 동안 10번도 채 타지못한 자전거에 앉은 먼지를 닦아냈다. 그리고 그 날부터 집 앞.. 더보기
매운 맛, 통증이 주는 쾌락 길을 다니다보니 마약 떡볶이라는 간판이 보인다. 일반적인 떡볶이보다 몇 배 더 맵다는 것을 어필하고 싶어서 지은 이름일테다. 사실 떡볶이는 두 가지의 맛으로 결정된다. 매운 맛과 단 맛인데 엄밀하게 말하면 매운 것은 맛이 아닌 통증이니 하나의 맛과 하나의 통증이 더 정확하겠다. 그런데 맵다는 것은 우리에게 꽤 큰 통증이다. 오죽하면 시위대에게 물대포도 쏘지만 캡사이신을 주니 말이다. 그런데 우리는 이 매운 맛을 무척 좋아한다. 그래도 오롯이 맵다는 것만 견디기는 무척 힘들다. 매운 고추도 된장에 찍어먹고, 떡볶이도 매운 맛을 견디라고 대량의 설탕이 들어간다. 매운 맛이 우리 몸에 들어가면 어떻길래 우리의 몸은 이토록 매운 맛에 집착할까? 매운 음식을 먹으면 우리 몸의 중추신경계에는 도파민이 분비되기 시작.. 더보기
일상순례자 (김기석, 2014년, 두란노) 길 위에 선 순례자의 고백은 아름다워라 신학교 시절과 십년 가까운 기자 시절을 겪으면서 나는 소위 말하는 긍정의 힘, 위로의 메시지를 믿지 않는 쪽에 속하게 됐다. 물론 일했던 매체의 특성상 긍정의 메시지가 세상을 바꿀 것이라는 믿음에 동의했던 적도 있었다. 그러나 그것은 팍팍한 현실을 회피할 수 있는 아주 좋은 구실에 지나지 않을 뿐이라는 결론을 내리는데 필요한 시간이었다. 애초에 나는 영화 (1986년, 감독: 롤랑 조페)에서 화염 속에서 원주민들과 함께 죽음을 맞이했던 '가브리엘 신부'보다는 함께 무기를 들고 일어선 '로드리고 맨도자'에게 더 공감하는 사람이기도 했거니와 직면하지 않는 긍정과 위로는 도피처일 뿐이라는 것이 삶에서 체득한 진리였다. 그래서 나는 위로나 힐링의 정서를 깔고 만들어진 책을.. 더보기
영화 <소수의견> 리뷰 : 아이히만이 너무 많다. 그래서 더 슬프다 아이히만이 너무 많다. 그래서 더 슬프다 영화_ 소수의견(2015년 / 감독 김성제) 글 김찬현 www.facebook.com/thejoni74 thejoni@naver.com 2009년 겨울 새벽의 참극 2009년 1월 19일 새벽 다섯시. 서울특별시 용산구 한강로의 남일당 건물 옥상으로 32명의 철거민들이 들어갔다. 그리고 이들을 진압하기 위해 철거전문 용역회사 직원들과 경찰특공대가 진입을 시작한 것은 25시간이 채 지나지 않은 1월 20일 새벽 6시 반 경이었다. 이내 서울 도심 한가운데에서 무참한 폭력이 벌어지기 시작했다. 무리한 진압이라는 비난을 받았던 이 작전으로 농성에 들어갔던 철거민 다섯 명과 경찰특공대원 한 명이 목숨을 잃었다(도대체 우리가 언제 도심 한가운데 경찰특공대의 헬기가 굉음을 .. 더보기
영화 <그렇게 아버지가 된다> 리뷰:그 날, 아버지도 태어났다. 영화 _ 그렇게 아버지가 된다(Like father, like son / 2013년 /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 글 김찬현 mail_ thejoni@naver.com SNS_ facebook.com/thejoni74 아버지가 된다는 것은 어떤 기분일까? 세상의 어떤 아버지도 제대로 된 아버지가 되기 위해 피나는 노력과 시행착오를 거친 후 그럴듯한 '아빠 자격증' 하나 턱하니 받아들고서야 아빠 노릇을 시작하지는 않는다. 나 역시 마찬가지였다. 아직도 2007년 1월 9일을 잊지 못한다. 그 날은 화요일이었다. 날씨는 무척 맑았고, 하늘은 구름 한 점 없었다. 당시 주간 신문을 만들어내는 신문사에서 일하던 나는 입사한지 얼마되지 않은 햇병아리 기자였다. 당연히 신문의 마감일인 화요일은 긴장의 연속이었다. 덕.. 더보기
나는... 당신은, 이것에서 자유로운가? 글. 김찬현e-mail _ thejoni@naver.comSNS _ www.facebook.com/thejoni74 갑자기 하늘에서 몇 줄기의 빗방울이 떨어지기 시작했다. 주섬주섬 챙겼던 우산을 펴고 횡단보도 앞에 서 는 순간 멈칫했다. 무작정 사기는 아깝고 한번 펼쳐보고 살만하면 구입할 생각으로 몇 일을 별러 광화문 교보문고로 짬을 낸 터였 다. 얼른 책을 찾아서 스마트폰으로 몇 페이지만 찍고 얼른 파주로 돌아갈 요량으로 내 발걸음은 무척이나 바빴다. 그런 내 눈 앞에는 흰 천막들, 그리고 그 앞에서 우산도 쓰지 않은 채 말없이 피켓을 든 사람들... 그리고 그 앞을 항상 보는 광경이라 는 듯 무심코 지나치는 사람들의 모습이 펼쳐진 것이다. 살기 바빠서 클릭 몇 번이면 온라인 서명 따위는 몇 분 걸리지..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