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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하다

매운 맛, 통증이 주는 쾌락

길을 다니다보니 마약 떡볶이라는 간판이 보인다. 일반적인 떡볶이보다 몇 배 더 맵다는 것을 어필하고 싶어서 지은 이름일테다. 사실 떡볶이는 두 가지의 맛으로 결정된다. 매운 맛과 단 맛인데 엄밀하게 말하면 매운 것은 맛이 아닌 통증이니 하나의 맛과 하나의 통증이 더 정확하겠다. 그런데 맵다는 것은 우리에게 꽤 큰 통증이다. 오죽하면 시위대에게 물대포도 쏘지만 캡사이신을 주니 말이다. 그런데 우리는 이 매운 맛을 무척 좋아한다. 그래도 오롯이 맵다는 것만 견디기는 무척 힘들다. 매운 고추도 된장에 찍어먹고, 떡볶이도 매운 맛을 견디라고 대량의 설탕이 들어간다.

매운 맛이 우리 몸에 들어가면 어떻길래 우리의 몸은 이토록 매운 맛에 집착할까? 매운 음식을 먹으면 우리 몸의 중추신경계에는 도파민이 분비되기 시작한다. 이 도파민은 호르몬으로 우리 몸에 분비되는 순간 심장의 박동은 빨라지고, 혈압이 증가된다. 도파민이 과다하게 분비되면 흔히 말하는 조울증을 겪게 된다.
담배 역시 니코틴으로 인해 도파민 분비가 활성화되는 작용을 한다. 마약 역시 도파민의 촉진을 통해 느끼는 쾌감을 얻는 것이다.

눈을 돌려 다시 떡볶이 가게를 보니 줄은 더 길어졌다. 마약 떡볶이라는 간판 아래 교복을 입은 여자 아이들이 한 손으로는 포크로 떡볶이를, 다른 한 손으로는 연신 손부채질을 한다. 그러면서도 멈추지 않는다. 저 아이들의 몸에는 지금 매운 맛이 선사하는 도파민의 축제가 열렸을터. 인생의 제일 황금기에 공부에, 공부에, 공부에 찌들었을 아이들에게 저 떡볶이는 분명 합.법.적. 마약이다. 애처로우면서도 부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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