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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간의 빛

번개맨에서 어벤져스까지

처음엔 번개맨이었던 것 같다. 비록 나일론이었지만 꽤 비싼 번개맨 옷을 입고는 진짜 손에서 번개파워가 나갈듯이 목이 터져라 외쳐댔다. 그리곤 자연스럽게 로보카 폴리로, 그리고 또봇을 거쳐 이제 어벤져스에 다달았다.

어벤져스에 푹빠진 아들은 매일 밥을 먹다말고, 똥 누다 말고, TV보다 말고, 양치하다 말고, 잠자리에 자기 직전에도 묻는다. "아빠! 헐크랑 아빠랑 싸우면 누가 이겨요?" "아빠! 헐크가 커요? 아빠가 커요?" "아빠! 아빠가 헐크 때리면 어떻게 되요?"라고 말이다. 대충 대답해주면 아쉽다는 듯이 뒤돌아선다. 녀석! 내년쯤되면 아빠가 헐크와는 비교도 안될 정도로 힘도 없고, 작고, 싸움도 못한다는 걸 알게 되겠지 싶다. 녀석과 레슬링해도 덥지 않게 오늘 밤에는 습습한 바람이 불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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